인터넷 카페에 올라오는 성공회대 관련 인식이나, 성공회대를 다닌다고 하면 자주 듣는 몇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 맞는 얘기도 있지만, 일부는 굉장히 실제와는 다른 이야기들도 많다.
그런 오해를 풀기 위해 항간에 떠도는 성공회대의 몇 가지 프레임들을 적어 보려고 한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들이기 때문에 아래 이야기들이 항상 맞다고는 볼 순 없다.
혹시라도 나보다 성공회대에 대해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은 댓글로 적어 주시면 수정해보도록 하겠다.
혹시나 성공회대에 입학하려는 분이나 입학 예정이신 분, 혹은 학부모님이 이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길 바란다.
성공회대는 기독교 학교이다?
성공회대는 기독교 학교가 맞다. 학교 이름에 붙은 '성공회'부터가 기독교이고, 성공회대의 출발 역시 신학대학교이기 때문에 기독교 학교가 맞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기독교 학교라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1. 종교 강요가 없음
성공회대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정말 종교 강요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독교문화전공 수업을 들어봐도 종교 강요의 느낌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비신자들의 입장을 고려한 수업들도 있다. 교수님들 역시 종교 강요를 전혀 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유신론, 불가지론, 무신론에 대해 같이 토론하기도 한다. 신이 있다는 전제 하에 수업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입장을 가진 학자들의 입장을 검토하고 토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2. 채플의 다양성
성공회대는 다른 기독교 학교와 마찬가지로 채플이 필수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성공회대=기독교 학교' 의 느낌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의 채플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며 학교 생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정말 성공회와 관련된 채플도 있지만 서양음악, 심리학, 영화, 다양한 사회현상 등을 배우는 채플도 있으며 심지어 채플에 스님이 와서 강연을 하시기도 하며, 이슬람과 관련된 채플도 있다.
적어도 내가 느꼈던 채플은 '기독교 강요'라기보다는, 이 세상에서 '종교'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내가 생각하는 종교란 무엇인지, 우리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기독교와 관련된 문화는 무엇이 있는지 가볍게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채플은 현재 1학점 P/F(패스/논패스) 과목으로, 2번만 들으면 된다.
3. 수업에서도 기독교 색채가 없음
그냥 학교 수업을 들으면, 정말 기독교 색채가 하나도 없고 그냥 일반 학문을 배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교수님들의 경우도 기독교인이어야만 교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교수님은 페이스북의 '종교' 란에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라고 써 놓기도 하신다.
학교 이름만 빼면, 여기가 기독교 학교라는 느낌이 하나도 없다.
성공회대는 '이단' 학교다?
전혀 아니다.
성공회가 우리나라에서는 다른나라들에 비해 교파가 그렇게 크지도 않으며, '이단'이라는 인식이 강한 듯 하다.
한창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던 시절, 신천지 때문에 주변 일부 사람들이 '신천지=이단, 이단=성공회대'가 아니냐는 소리도 하곤 했는데,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만 보면 개신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개신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가톨릭이 제일 많으며 정교회, 성공회의 수도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에서만 '성공회'가 '이단'으로 프레임 씌워져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국의 국교도 성공회인데 말이다.
세계적 명문 대학인 옥스포드, 케임브리지도 엄밀히 보면 다 성공회 기반의 학교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 가끔 옥스포드 대학 학장님과 관계자들이 오셔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그런 논리로라면 옥스포드, 케임브리지도 이단 학교가 되어야 한다.
그냥 성공회도 다양한 종교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성공회대가 '이단' 학교라는 인식이 생긴 데에는 '좌빨 학교'라는 인식이 있는 듯 한데, 이것은 다음 항목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성공회대는 '좌빨 학교'다?
사실, 이 부분을 정확히 이야기하려면 진짜 '좌파'가 무엇인지, 진짜 '우파'가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엄밀히 '좌파=진보', '우파=보수' 라고 과연 이야기할 수 있는지는 많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서의 좌파, 우파의 의미와는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글은 그런 논쟁을 하기 위함이 아니므로 편의상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좌파', '우파'의 느낌 정도로 써 보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성공회대가 '좌빨 학교', '좌파 학교'라는 말이 맞다고 볼 수도 있겠다.
'성공회대' 하면 다들 '진보적인 학풍'을 먼저 떠올리고, 우리나라에서 '좌파'의 입장을 지지하는 쪽에 가까운 교수님들, 교직원 선생님들이 학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회대가 '좌파', '진보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얼마 전까지 경기도 교육감이셨던 이재정 교육감님의 공이 크다.
(전) 이재정 교육감님은 과거 성공회대 총장님이셨는데,
(조희연 교육감님은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님이셨다)
그때 신영복 교수님을 성공회대로 모시면서 당시 신영복 교수님을 존경하고 뜻을 함께하던 비슷한 성향의 교수님들이 성공회대로 대거 오시게 되었다.
성공회대의 진보적 성향을 가진 교수님들을 묶어 '성공회대 학파'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성공회대의 그런 학풍과 교수님들을 보고 일부러 성공회대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꽤 있다. 즉, 아는 사람은 알아주는 학교라는 인식이 꽤 있는 학교이다.
어떻게 보면 좌빨 학교라는 말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좌빨 학교'라고만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 학교를 졸업했음에도 우파 쪽에 가까운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분명 있고, 학교 내에서도 좌파 입장만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비판적으로 사고하기를 권한다.
수업 시간에도 교수님의 말을 앵무새처럼 받아쓰면 아무리 잘 써도 B+ 이상 주지 않겠다는 분도 꽤 많다.
비록 전체적인 성향은 우리나라에서 '좌파'라고 불리는 성향에 가까운 학교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항상 의견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학교라는 말이다.
물론, 학생들끼리는 의견이 달라서 특정 입장을 가진 학생이 집단 린치나 왕따를 당하는 사태도 생각보다 많이 존재함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학생들끼리의 문제이지,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본 교수님들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왕따를 시킨다거나 그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교수님들의 경우 오히려 의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적어도 내가 겪은 교수님들에 한해서는 말이다.)
성공회대는 '페미 학교'다?
최근, 성공회대에서 '모두의 화장실' 설치 이슈로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과거에도 성공회대는 '페미 집합지'라는 이미지도 컸고, 실제로 학교 내에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드러내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거기에 '모두의 화장실'까지 설치되었다니 언론이나 외부인이 보기에는 성공회대는 '페미 학교'라고 충분히 보일 수 있을 만한 여지가 많다.
외부에서는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 내부에서 '모두의 화장실' 논란이 되었던 것은 남녀 갈등이나 페미-비페미(?) 갈등의 문제라기보다는 모두의 화장실을 만들자고 주장했던 학생들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주최 측이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방식, 학생 외의 학교 구성원들에게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 않았던 점에서는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모두의 화장실' 설치로 한창 논란이 되었을 때 유럽 여행을 갔었다.
그곳에는 모두의 화장실이 정말 어디에나 널려 있었고 그곳의 이용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나 역시 모두의 화장실을 아무런 문제 없이 편하게 이용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유럽의 수많은 서점들에는 아예 LGBT+Q 라는 코너가 아주 자연스럽게 있으며, 꽤 괜찮은 것 같이 보이는 책들도 많았다.
우리나라도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런 것들이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성공회대는 페미 학교일까?
사실 양적으로 보면, 페미 학교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학내에 그러한 뉘앙스의 학생보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대다수이다.
물론 이념적인 차원에서 학생들 사이의 큰 갈등이 항상 1년에 몇 번씩은 있었는데, 모두의 화장실 설치 이후 그러한 갈등들이 오히려 그리울 만큼 학내에서 싹 사라졌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어느 대학교라도 사회과학 쪽 학과에 가면 어느 정도 존재한다.
성공회대의 경우 사회학적인 색채가 다른 학교에 비해 특히 강하므로 그것이 더 부각되고 그런 쪽으로 휩쓸리기 쉬운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지, 완전히 페미 학교라고 보기엔 어렵다.
그냥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페미 학교라고 보기엔 굉장히 어려우며 그냥 평범한 4년제 학교 느낌이 강하다.
성공회대에 가면 취업은 틀렸다?
위와 같은 인식들 때문에 성공회대 가면 '취업은 망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위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바로 '대학을 왜 가려고 하는가'이다.
물론, 대학을 취직 목적으로만 가려는 사람들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며 자기 밥값은 할 수 있어야 이 사회에서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성공회대는 취직을 1순위 0순위 목표로 하는 학교가 아니다.
내가 학문을 배운다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것이며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고 지향하는 세상은 무엇이고, 궁극적으로 내가 만들어 나가고 싶은 세상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배우고 고민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학교라고 생각한다.
수업 시간 외에도 교수님 연구실을 비교적 다른 학교에 비해 자유롭게 들락날락거리고, 교수, 교직원, 미화원, 경비원, 학생 등 학교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오며가며 비공식적인 친분을 쌓으며 서로 돕고 돕는 일이 과연 우리나라의 다른 학교에서는 얼마나 가능할까?
적어도 나의 경우 내가 학교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자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 교직원, 미화원, 경비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함께 하자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던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비공식적인 친분과 인맥이 쌓여 스펙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것들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만약 취업만을 목표로 우리 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이 있다면, 차라리 취업을 목표로 하는 특정 전문대나 특정 학과를 가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교내에서도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개설하고 교직원 선생님들도 전문 지식을 갖추기 위해 관련 자격증까지 따서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애쓰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학교가 작아서 여러 한계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만약 성공회대가 '좌빨 학교', '페미 학교', '기독교 학교'이기 때문에 성공회대 출신을 뽑지 않는다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가 과연 좋은 곳인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회사는 적어도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회사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성공회대에서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 중 많은 경우 취직 잘 하고, 대기업에 간 사람들도 꽤 많이 봤고
연봉 높은 사람들도 많이 봤다.
또 의외로 문화 쪽에서도 우리 학교 출신이라고 하면 알아 주는 곳들도 많다고 한다.
취업 안 된다고 탓할 시간에, 학교 내에서 다같이 열심히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본인 스스로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무언가를 해 본 다음 학교 탓을 하는 것은 어떨까?
다음에는 성공회대에서 열리는 수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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